과연 정말 그럴까?

난 고대를 나왔다.
원래 경영학과는 아니었지만 시대의 흐름과 아버지의 걱정어린 눈빛에 못이겨 경영학도 이중전공으로 했다. 즉 나는 고대 경영학과 학사이기도 하고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경영대 교우회'의 일원이란 얘기다. 하지만 솔직히 난 고대 경영대에 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 중 한명이기도 하다. 누워서 침뱉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 친정이 망가지는 꼴을 볼 수 없는 걱정어린 마음이라고도...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꿈꾸는 Global KU와 그것을 위해 그들이 하는 많은 행위들이 왠지 내 눈엔 어느 하나도 좋게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래도 '싫어하고, 비웃음 섞인 쓴소리 좀 할만한 수준'이었던데 반해 최근 나온 광고를 보면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심각하게....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심히 걱정되기도 한다. 이제 그들의 오만이 넘어선 안될 선을 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 무슨 대학 평가에서 7개 항목 중에 2개만 서울대와 연세대에 1위를 내주고 5개의 항목에서 1위를 했다는 거. 인정한다.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 정말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고려대학과 고려대 경영대 그들은 정말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건가?



학교의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엔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 학교가 과연 좋은 학교일까? 밖으로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낸다고 하고서는 학교 내에서는 그 '우수한 인재'가 될 학생들을 '늬들이 뭘 알어'라며 깔아뭉개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학교는 정말 좋은 학교일까? 학생들을 학교를 운영하는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젊은 학생들을 자극해 그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고 바로 괘씸죄로 퇴교시켜버리는 학교는 정말 좋은 학교인가? 재단에 돈을 그렇게 쌓아두고, 그렇게 많은 기부금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높은 등록금을 요구하고 이에 상반되게 터무니 없니 적은 장학금을 지급해 못 가진 사람들에겐 바라볼 희망마저 빼앗는 학교가 정말 좋은 학교일까? 학교의 발전을 위해 좀 기부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겠냐는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늘어놓기 이전에 학교에 기부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 잔뜩 쌓아놓은 돈부터 먼저 쓰는 게 순서는 아닐까? 촌스럽지 않은, 부유한 집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가 정말 좋은 학교인가? 경영대 수업에서 마저도 '우리 학교는 영리기업으로 보는 게 적절하지 않겠냐' 는 질문이 나오는 학교가 과연 좋은 학교인가? 미국의 명문대는 다 그렇다, 우리도 이젠 그렇게 변해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떠들기 전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환경의 차이부터 먼저 보아야 하는 게 순서는 아닐까?


고등학교 때까지도 주입식 교육만 받은 학생들을 앉혀놓고 사고할 능력은 기르지 않고, 좀 과격하게는 '학문'이라기 보다 '기술, 테크닉'에 가까운 것들만을 가르치는 학교가 정말 좋은 학교인가? 그렇게 배운 학생들이 나가서 당장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돈도 잘 벌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회를 이끄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이미 머리는 커질 대로 커지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이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사회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은 누가 언제 어떻게 길러줄 것인가? 어쩌면 지금 고대 경영대가 길러내고 있는 '인재'는 지금 월가를 무너뜨린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미래에 이 사회를 위협할 수도 있는 '사유 없는 엘리트'일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기업에서 경영대 출신이 일을 잘 못한다고 할 때는 우리는 학문을 가르치지 일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놓고는 이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낸다고 하는 건 뭔가 앞뒤가 안맞지 않나? 또 학교라는 곳이 정말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인가? 고대 경영대는 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인가? 난 '大學'이라고 하는 곳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 안건가?
그렇지 않아도 패거리 문화를 만든다고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서 타대학을 저렇게 공공연히 무시하고, 같은 학교 내에서도 '우리만 잘났다'라는 식으로 타 단과대를 배제하고 무시하는 행위들은 과연 잘하는 일일까? 그렇게 적을 많이 만들어서 과연 이 학교가 오래 갈 수 있을까?
돈 많이 들여서 삐까번쩍하게 건물 지어놓고 밖에는 자랑하면서 정작 학생들에게는 그런 강의실 문도 다 잠궈두고 공부할 공간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학교가 정말 좋은 학교일까?


현재까지 고려대가, 그리고 고대 경영대가 보여온 행태들을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MB와 한나라당의 행동과 놀라우리만치 닮았다. MB가 고대 경영대 출신인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은가보다. 과연 이들은 정말 이러한 정책으로 장기적으로 학교를 세계적인 명문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걸까? 한나라당이 저렇게 비판을 받고 그들의 미래가 불보듯 보이는데도 왜 고대는 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하고 있을까? 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를까? 지금 당장이야 쏟아부은 돈들이 결과를 보여줄 수 있겠지만 이런 오만한 행동들은 언제고 그들에게 독이 될 것이다. 뭐든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인 것은 결국 무너지게 마련이다. 진정 훌륭한 사람은, 진정 강한 사람은 자기 입으로 그렇게 떠벌리지 않아고 겸손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그의 훌륭함과 강함을 알고 칭송해주게 마련이다. 또 자기 입으로 저 잘났다고 떠들고, 내가 쟤보다 더 낫다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훌륭한 사람 없다. 이게 꼭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르겠다. marketing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냐고. 그럼 대답해 주겠다. 이거야 말로 최악의 marketing이라고... 좀 더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데려왔다고, 성공한 marketing이었다고 말한다면 또 대답해주겠다. 그건 marketing이 아니라 낚시였노라고...


경영대에서는 전략을 가르친다. 전략이란 전쟁에서 싸워서 이기는 기술이다. 그리고 현재의 고려대학교는 그런 전략에 통달하셨다는 경영대 교수님들이 이끌고 계시다. 하지만 난 현재의 고대의 전략은 정말 근시안적이라고 밖엔 보여지지 않고,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필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하물며 작게 바둑 한판을 두어도 마지막에서 승리하려면 양보할 건 양보하고 내어줄 건 내주면서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Global KU에는 과거 민족고대가 추구했던 '함께 아파하는 정신'과 '옳음을 향해 나가는 정신'이 없다. - 과거의 고대라고 그런 정신이 있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땐 그런 걸 '추구'하긴 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 아니 좀 심하게 말하면 '정신' 자체가 없고 그 자리에 '돈'이 들어앉아 있기 때문이다.




모교가 저렇게 자멸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 없어서 두서 없이 잔뜩 썼다.
난 진짜 뼈속까지 민족고대인이었는데 나마저도 이렇게 학교에 적대적인 사람이 되도록 만든 학교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by junhalee | 2008/12/26 17:11 | Notes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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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12/26 17:3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junhalee at 2008/12/26 17:46
벌써 읽으신 분이 있으실 줄이야..^^;;;
좋긴요~ 글도 수준 이하고, 내용도 수준 이하의 우울한 내용이고.. 그렇죠 뭐..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착선 at 2008/12/26 23:06
개인적으로 학교의 등급은 학생들의 학교 자부심 순위라고 생각하는터라...너무 외적인것에 치중하다보면 근본적인 것이 잊혀지는게 있기 마련이겠죠. 아쉽지만...
Commented by junhalee at 2008/12/27 12:26
국제중의 탁구공 색깔에 따라 변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표정을 보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정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이더군요. 그들을 비난할 수 없고, 또 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런 상황을 만든 '우리'가 싫어졌습니다...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8/12/26 23:45
그런데 디씨 연대갤에서는 맨날 경영대 깝니다. 고대는 저러는데 연대는 뭐하냐고..

사실 연경이 좀 안주하는 느낌이 들긴 해요.
Commented by junhalee at 2008/12/27 12:28
연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뭐라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하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고대는 저러다가'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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