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된 몸살 기운으로 계속 누워있다가 이제 겨우 일어나 앉았다.
잘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어젠 책을 정리했다. 꼭 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벌써 몇주째 미뤄오다보니 어젠 아픈 몸으로라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나보다. 



여기저기 제 멋대로 꽂혀있는 책들을 내려 먼지를 털어내고,
종류에 따라 분류해내고,
버릴 책들은 골라내고, 
종류별로 넣을 칸을 정하고, 
책장 한 칸에서도 나름의 순서를 정해 넣고,
지금 보고 있는 책들, 조만간 읽을 책들은 따로 그 녀석들만의 칸을 만들어 넣어주고...



책을 정리하다 보면 생각도, 마음도 조금쯤은 정리되는 것같아 편안함을 느낀다. 책을 정리하다보면 그 책들을 살 때, 또는 읽을 때 했던 생각들도 함께 정리되는 듯하기 때문이다. 책들을 사면서는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많이 알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거야' 라는 꿈을 꾸고, 책을 읽으면서는 조금씩 늘어나는 지식을 통해 어디가서 좀 더 아는 체 할 수 있겠다는 꿈을 꾼다. 하지만 책을 정리할 땐 그런 꿈들도 책들처럼 하나씩 둘씩 조용히 내 마음속 책장 한구석으로 사라진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이젠 놓아야 할 꿈'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받아들이게 되는 것같다. 



여기저기 널려 방안을 가득 채운 쓰레기들도 막상 정리해보면 쓰레기통 하나를 가득 채우지 못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누르던 많은 고민들과 꿈들도 막상 정리해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단지 '지금은, 이제는 이것들을 두고 떠나야 할 때'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아쉬울 뿐. 



뜻을 펼쳐야할 서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계속 꿈만 꾸고 있는 게 옳은 일인지 잘 모르겠으나 
성장에 대한, 배움에 대한 나의 이 갈급함이 언제 끝날지, 과연 끝나기는 할런지... 확신이 없다.  



하지만
내겐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많다. 꿈도 많다.
그래도 난 또 새로운 책들을 사고 꿈은 지금도 계속 새로 태어난다.





by junhalee | 2008/11/16 21:33 | Note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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